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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15, 2011

Fenomeno

손은 마이클 조단 발은 호나우두 둘다 굿바이.


[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페노메노(Fenomeno, 경이로운 사람)’라는 별명으로 불렸던 호나우두(35)가 걸어온 길은 마치 기적과 같았다.

여덟 번의 무릎 수술을 받은 그가 아직까지도 현역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도 기적이었다. 혹자는 그의 존재가 신의 존재를 입증하는 증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축구장에서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가 이제 찬란했던 영광과 축복, 그리고 고통과 눈물을 뒤로하고 1993년부터 이어온 18년에 이르는 프로 선수 경력에 안녕을 고했다.

“저는 지금 이곳에 저의 프로 선수 경력이 끝났음을 말하러 왔습니다. 제가 뛰어온 시간들은 아름다웠고, 눈부셨으며, 감동적이었습니다. 지금 이 발표를 하면서 첫 번째 죽음을 경험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낍니다.”

정확히 2011년 2월 14일 월요일. 발렌타인 데이에 달콤한 초콜릿 대신 너무도 쓰린 소식이 전 세계 축구계를 강타했다. 오후 1시 2분, 브라질 상파울루에 위치한 코린치안스 훈련장 CT 조아킹 그라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호나우두는 평생을 바쳐 사랑했고,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축구와 이별했다. 하염 없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현란한 발재간, 믿기지 않은 결정력과 차원이 다른 창조성으로 축구계에 영감을 줬던 호나우두의 은퇴는 그에게 영향을 받은 전 세계의 수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큰 파문을 그리며 그가 얼마만큼 위대한 존재였는가를 상기시켰다. 브라질 최대 언론사 ‘글로부’는 “축구 역사상 가장 빛나는 경력이 막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2011년 12월 31일까지 코린치안스와 계약되어 있던 호나우두가 예정보다 훨씬 일찍 은퇴를 결정한 것은 스스로의 몸 상태가 더 이상 축구를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가 돼지가 됐다고 놀리고 비웃었지만, 호나우두에겐 축구 선수라는 꿈을 이어가기 위해 병마와 싸워야 했던 시간이었다.

그의 사생활을 두고 말이 많지만, 호나우두의 축구를 향한 진정성은 의심할 바가 없었으며, 경기장 안에서나 밖에서나 그는 누구를 해하거나 폐를 끼치고 나쁜 짓을 일삼은 적이 없다. 그는 최고의 실력과 최고의 매너를 갖춘 선수였다. 과연 누가 이 위대한 남자를 비웃을 수 있는가?

▲ 역경과 고난을 딛고 일어선 축구의 화신, 호나우두
“모든 사람들이 나의 부상에 대해 알고 있을 겁니다. 지난 몇 년간 제 부상은 확장되어 갔습니다. 다리에서 다른 곳으로, 근육에서 다른 곳으로 번져갔어요. 참을 수 없는 고통은 제 경력의 끝을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4년 전에 밀란에 있을 때 전 갑상선기능저하증 진단을 받았습니다. 신진대사 기능이 저하되는 현상인데 이에 대한 치료를 위해 투여해야 하는 호르몬은 프로 축구 선수에게 투여가 금지된 것입니다. 불어난 저의 체중을 많은 사람들이 조롱했지만, 어느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호나우두가 코린치안스에 입단하면서 마지막으로 꿈꿨던 목표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남미 챔피언스리그) 우승이었다. 그는 2009년 브라질 복귀와 함께 또 한번 골 폭풍을 일으키며 기적의 존재를 증명하는 듯 했지만, 다시 찾아온 부상의 악몽 속에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유럽에서도 유독 챔피언스리그와 인연이 없었던 호나우두는 2011년에도 대회 탈락의 비운을 맞았고, 성난 팬들이 격한 실망감을 표출하자 참을 수 없는 실망감과 패배감을 느꼈다.

“제 경력은 결국 부상으로 마지막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행복했던 이유이며, 사랑했던 축구를 떠나는 것은 힘겨운 일입니다. 전 정신적으로 언제나 준비되어 있었지만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습니다. 전 제 몸을 잃었습니다. 머리로는 어떻게 수비를 따돌려야 할 지 알고 있는데, 몸은 그렇게 움직여 주지 않았습니다.”

오전 10시 30분에 두 아들 호나우드, 알렉스와 함께 코린치안스 훈련장에 도착한 호나우두는 밝게 웃으며 선수단과 인사를 나눴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의연했던 호나우두는 45분에 걸쳐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며 울었다. 그는 신의 능력을 품었지만, 인간의 몸은 그 엄청난 능력을 지탱하지 못했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의 몸을 망친 것은 그의 능력을 도저히 막을 수 없었던 수비수들의 거친 파울 때문이었고, 불현듯 찾아온 병이었다. 그의 몸은 패배했을 지 몰라도, 그의 눈물이 패배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호나우두가 스스로 자신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라 말했던 ‘열정’이 바로 그 눈물의 발로다. 호나우두는 위대하디 위대하고, 위대하다. 크루제이루, PSV 에인트호벤, 바르셀로나, 인터 밀란, 레알 마드리드, AC 밀란, 코린치안스, 그리고 브라질 대표팀의 화려한 유니폼을 입고서 무려 475골을 터뜨렸으며, 19개 주요 대회의 우승 트로피와 55개의 최고 개인 타이틀을 거머쥔 호나우두는 역대 월드컵 최다 득점자(15골)이며, 두 번의 월드컵 우승을 이뤘고, 올해의 선수상 최연소 수상자이자 최다 보유자다. 그는 축구계의 찬란한 승리자다. 마지막 클럽이 된 코린치안스에서, 호나우두는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69경기에서 35골을 넣었고, 두 개의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 축구를 축구 이상으로 만든 남자, 호나우두에게 감사한다
“축구를 하면서 많은 패배를 겪었지만 무한한 승리를 거뒀습니다. 수 많은 친구를 사귀었지만 적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지난 시간들에 감사합니다. 제가 거친 모든 클럽들에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와 함께 한 모든 선수들, 동료였던 선수들과 상대였던 선수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저를 가르쳐 주시고 저의 능력을 발산하게 해준 모든 지도자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언제나 저를 믿어주신 스폰서분들에게도 감사합니다. 저와 함께 울어준, 제가 좌절했을 때 함께 해준 모든 브라질 국민 여러분께 감사합니다. 저의 축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울 수 있게 도와준 코린치안스 클럽에게 특별한 감사를 전합니다.”

호나우두는 주어진 모든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남자였다. 그는 실제로 일일이 많은 이들과 많은 단체의 이름을 열거하며 자신의 경력 내내, 아니 자신의 인생 내내 도움을 받은 모두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하지만 아마도 전 세계에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할 사람들의 수가 훨씬 더, 아니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을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의 한 명이다. 호나우두의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행복했고, 전율을 느꼈고, 영감을 받았고, 축구를 알고, 사랑하게 되었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모두 호나우두를 만난 덕분이다.

호나우두는 기적이 존재한다는 것을 온 몸으로 증명했고, 우리 모두가 신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의식 깊은 곳에서부터 일깨우게 했다. 그는 가지 않은 길, 가지 못한 길을 갔고, 그를 통해 신이라 불리웠다.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은 “호나우두는 마라도나와 펠레처럼 축구의 신전에서 빛나는 존재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나우두에게 무한한 감사와 경배의 마음을 전한다. 그가 뛰는 것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은 내 인생의 몇 안 되는 자랑거리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호나우두에게, 스포츠계와 축구계, 그리고 브라질, 수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이룬 모든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 카카(레알 마드리드, 브라질 대표 선수)

호나우두가 어떤 플레이를 펼쳐 보였는 지를 굳이 글로써 표현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영상 기술이 발달한 요즘 그가 남긴 수 많은 축구 예술품은 유투브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오늘 하루,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생될 동영상일 것이다.

현역에서 물러나는 호나우두는 이제 가족과의 시간에 전념하고, 축구계에서 번 돈으로 사회 사업,자선 활동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몸 상태를 회복한 뒤 올 6월경 은퇴 경기를 통해 마지막으로 그라운드에 설 예정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두 모인 축구 역사상 가장 화려한 은퇴 경기가 될 것이다. 마지막 문장에 마침표를 찍고 글을 매듭짓는 것이 그와 정말로 작별을 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쉽게 손이 떨어지지 않는다. 당신으로 인해 행복했습니다. 안녕, 호나우두.

ⓒBPI/스포탈코리아

Posted by administrator at February 15, 2011 01:03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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