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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09, 2010

Absence

오늘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들었던 사람은 모두 공감했을 내용이었을까.

[정민의 세설신어] [50] 여지(餘地)
* 정민 한양대교수·고전문학

"사람이 발을 딛는 것은 몇 치의 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짧은 거리인데도 벼랑에서는 엎어지거나 자빠지고 만다. 좁은 다리에서는 번번이 시내에 빠지곤 한다. 어째서 그럴까? 곁에 여지(餘地)가 없었기 때문이다. 군자가 자기를 세우는 것 또한 이와 다를 게 없다. 지성스러운 말인데도 사람들이 믿지 않고, 지극히 고결한 행동도 혹 의심을 부른다. 이는 모두 그 언행과 명성에 여지가 없는 까닭이다."

중국 남북조 시대 안지추(顔之推)가 지은 '안씨가훈(顔氏家訓)' 중 '명실(名實)'에 나오는 말이다. 여지의 유무에서 군자와 소인이 갈린다. 사람은 여지가 있어야지, 여지가 없으면 못쓴다. 신흠(申欽·1566~1628)이 '휘언(彙言)'에서 말했다. "군자는 늘 소인을 느슨하게 다스린다. 그래서 소인은 틈을 엿보아 다시 일어난다. 소인이 군자를 해치는 것은 무자비하다. 그래서 남김없이 일망타진한다. 쇠미한 세상에서는 소인을 제거하는 자도 소인이다. 한 소인이 물러나면 다른 소인이 나온다. 이기고 지는 것이 모두 소인들뿐이다." 군자의 행동에는 늘 여지가 있고, 소인들은 여지없이 각박하다.

성대중(成大中·1732~1809)이 말한다. "지나치게 청렴한 사람은 그 후손이 반드시 탐욕으로 몸을 망친다. 너무 조용히 물러나 지내는 사람은 그 자손이 반드시 조급하게 나아가려다가 몸을 망친다." 역시 지나친 것을 경계한 말씀이다. 청렴이 지나쳐 적빈(赤貧)이 되면 청빈(淸貧)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터수에 가족의 희생만 강요하면 후손이 벋나간다. 세속을 떠난 삶이 보기에 아름다워도, 자식은 제가 선택한 길이 아니어서 자꾸 바깥세상을 기웃대다 제 몸을 망치고, 집안의 명성을 깎는다.

내가 옳고 바른데도 다른 사람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내 행동이 너무 각박했기 때문이다. 제 입으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을 늘 조심해야 한다. 그는 자신 확신이 지나쳐 주변 사람을 들볶는다. 왜 이렇게 하지 않느냐고 야단치고, 어째서 이렇게 하느냐고 닦달한다. 여지가 없는 사람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자기 말만 한다. 궁지에 몰린 쥐는 고양이에게 대들고, 사람을 문다. 이렇게 되면 뒷감당이 어렵다. 하물며 그 확신이 잘못된 생각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 폐해를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4/08/2010040802018.html

Posted by administrator at April 9, 2010 09:4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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