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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11, 2009

The Alche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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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9_1111_수요일_05:3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자인제노_GALLERY ZEINXENO 서울 종로구 창성동 130-5번지
Tel. +82.2.737.5751
zeinxeno.mbillust.co.kr

변방에서 온 꿈展-1부 부제_꿈꾸는 여행자

● 변방邊方이란 단어에서는 불경스러움이 느껴진다. 거칠고 응어리진 감정이 곧 터질 것 같은 그 무엇 말이다. 현기영의 "변방邊方에 우짖는 새"는 조선말 제주민중들의 수난과 민란의 격동 사 를 묘사한 1980년대를 대표하는 역사소설이다. 조선왕조말기 유배지이자 중앙에서 외면당한 변방의 땅 제주를 배경으로 살인적인 납세와 세기말적 봉건주의, 서양문물의 상징인 천주교도의 강압적 행패에 대한 민초들의 저항과 충돌을 복잡한 시대적 상황만큼 집요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우리에게 기억되지 못하는 시공간. 그것이 변방이다. 변방은 잊혀진 또는 소외된 것들에 대한 내뱉듯 던져진 상징이며 이중적 시선이다. 바라보되 눈을 맞추지는 않는, 연민하되 이해하지 않는 그런 것 말이다. 때문에 변방은 항상 거친 숨소리처럼 불길하고 그래서 꺼려지는 낯설음이다. 긴장은 환기하고 갈등은 순화시켜야한다는 강박증은 ‘지역’이라는 표현으로 우회한다. 하지만 상황이 닥치면 언제든 들러리라는 설정은 여전하다. 오히려 근래에 들어 중앙 집중을 넘어 중앙확장으로 가속화하는 정치, 사회, 문화 전반의 노골적 태도는 차라리 솔직해서 고맙다고 해야 할 판이다. 예나 지금이나 문제는 소통이다. 그런데 정말 문제는 말뿐인 소통이 아닌 자기희생이 담보된 소통이어야 한다는데 있다. 어려운 일이다. 그때도 그랬지만 작금의 각박함에서는 치기 적 발상이라고 손사래 치게 된다. 안타깝다. 최소한의 균등한 기회는 소통의 시작이다. 자인제노는 그렇게 생각했다. 공간을 그들에게 내어준 이유다.

이번 전시에 소개하는 작가들은 소위 변방에서 배출한 신진작가들이다. 변방출신이고 변방의 교육기관에서 성장한 이들이다. 하지만 시작도 변방일 필요는 없다. 그들의 꿈까지 변방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시는 변방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어린 작가들의 노력과 소통에 관한 의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당연하겠지만 그들에게서 분노나 선동은 느껴지지 않는다. 조악함이나 낯설음도 없다. 단지 그럴 거라고 넘겨짚었을 뿐이다. 총 2부의 전시 중 1부 전시의 작가 한 진과 이동형 은 『변방에서 온 꿈展 부제: 꿈꾸는 여행자』을 통해 각각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과 상징화된 사회구조를 이야기 한다.

한진의 작업은 연필이라는 한정된 표현재료를 사용하여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한 인물묘사를 보여준다. 연필은 흔히 밑그림에 사용하지만 작가는 이를 주된 표현도구 이자 새로운 대체질료로 확장시킨다. 연필은 콘테에 비해 명암비가 떨어지고 파스텔처럼 다양한 채색이 불가능한 단점이 있지만 비교적 사용이 쉽고 모두에게 익숙한 재료다. 작가는 이러한 연필의 특성을 잘 활용하여 편안한 표정의 인물상을 묘사해냈다. 연필이 가질 수 밖 에 없는 태생적 표현의 한계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신의 주제와 일체시키는 작가의 질료해석이 탁월하다. 물론 작가가 연필이라는 질료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작가는 전통적인 채색화에서도 특유의 섬세한 인물상을 잘 표현해낸다. 작가가 관심을 두는 것은 바로 인물의 표정이다. 작가는 꿈이라는 추상성을 자신의 모습에 투영하여 이를 구체화하는데 작업을 집중하고 있다. 연필은 다소 중성적이고도 모호한 주제를 시각화하는데 매우 적합한 재료로 선택됐고 작가는 이를 과하지도 박하지도 않은 절제된 스트로크로 원하는 작업을 이끌어낸다.

"꿈을 그리는 사람은 여행하는 사람과 닮아있다는 주제로 작업 했습니다. 꿈꾸는 과정이 힘들고 지칠 수 있지만 그 과정자체 가 아름다운 것이며 또한 꿈꾸는 여행자의 모습을 갖기 위해 다짐 하고 갈망하는 자화상입니다."(한진) ● 작가의 성품을 닮은 자화상이자 꿈꾸는 듯한 인물들의 표정은 행복하고 평화롭게 보인다. 이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것은 연필의 섬세한 터치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명암이다. 마치 먹의 농담처럼 자연스러운 질감은 관람자에게 기분 좋은 시각적 이완을 주며 이를 통해 작가의 감성마저 공유하게 된다.

이동형의 작업은 자신감이 넘친다. 이는 작가가 다작을 하고 또 적극적인 작품연구를 통해 많은 데이터를 축적했음을 보여주는 반증으로 보인다. 실제로 그의 작업포트폴리오는 무수한 연습과 실험이 가득하다. 매우 거친 드로잉과 극사실화, 그리고 디자인과 영상까지 작가지망생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도전으로 자신의 내공을 연마했음을 알 수 있다. 본 전시에서 보여줄 작업은 상징을 통한 풍자다.

"제 작품에 보여 지는 상어와 물고기는 불특정 권력자들과 서민을 상징합니다. 불규칙한 나무들과 자연은 잘못된 정보로 인해 변질되고 붕괴된 사회의 단면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불특정 권력자들을 쫓고 있는 물고기들은 그들의 모순을 질타함에 의미로 볼 수도 있지만 그들의 루트에 철저히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풍자해 보고 싶었습니다." (이동형)

하지만 작업의 열정에 비해 아직은 덜 익은 작가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기보다는 뛰어난 묘사력과 힘이 느껴지는 작품에서 시각적 즐거움과 경쾌함을 만끽하게 된다. 그의 작업은 대중문화의 영향을 부인하진 않지만 이에 중독되거나 냉소하기보다는 분석하고 탐구하는데 역점을 둔 점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작가의 더 큰 장점은 절대로 심각해지지 않고 즐길 줄 아는 밝은 심성이라 하겠다. 표현대상과 매체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작가의 적극적인 탐구 자세는 대형작가로서의 자질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으며 다음 작업이 기다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젊은 작가들의 작업은 아직 거짓을 숨기지 못하는 순수함만큼 관객의 시각을 즐겁게 한다. 이 전시가 지역작가들이 느끼는 중앙 진출과 순환의 어려움을 지원하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작가와 전시기획 과잉의 한국미술계에 여전히 그저 그런 더하기가 아닌 새로운 대안이 되길 간절히 희망한다.
■ 박동명

출처: 네오룩 www.neolook.com

Posted by administrator at November 11, 2009 01:3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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