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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09, 2006

Adaptation Syndrome

다들 이렇게 느끼고 있었구나. 나만 그런게 아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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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ft from Martina Bramkamp. 2005 winter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중간에 잠깐씩 다니러 간 것 외에는 사실상 5년 만이다.

인천 공항은 런던 히드로 공항보다 열 배는 깨끗하다. 지하철 역도 너무 깔끔하고 배차 시간은 항상 정확하다. 전철 칸이 너무너무 넓다. 이제 천안까지 간단다. 집 앞 길 넓이가 영국의 고속도로보다 더 넓다...

셋방을 얻는데 신원보증은커녕 주민등록증도 보여 줄 필요가 없다. 핸드폰을 신청하자 온갖 종류의 부가 서비스를 늘어놓는다. '콜키퍼'를 '골키퍼'라고 알아들어 촌티를 톡톡히 냈다. 이런. 은행의 서비스도 너무 빠르고 친절하다. 거래 실적이 좋다며 알아서 신용카드를 내 주고는 카드가 나오면 문자를 보내 알려준단다. 택배로 시킨 물건들도 오기 전에 문자부터 날린다. 핸드폰 일찍 안 만들었으면 어쩔 뻔 했나.

집 근처에만 영국 전체에 있는 한국 식당의 10배가 넘는 수의 식당들이 있다. 아무데서나 먹어도 영국에서 제일 맛있다는 한국 식당보다 더 맛이 좋고 값은 반도 안 된다. 24시간 영업하는 곳이 태반이요, 3500원하는 곰탕집도 있다. 2파운드가 안 되는 돈이니 영국에선 좀 큼직한 햄버거 하나 값이다. 밥 해먹는 것 보다 사 먹는 게 오히려 싸겠네.

'광랜'이란 것을 신청하고 웹 하드 다운로드 속도를 보니 10.000 KBPS가 넘게 나온다. 영국에서는 200으로 빠르다고 좋아했었다. 광랜은 한 달에 2만 5천원, 영국에서 쓰던 인터넷은 5만 5천원. 게다가 인터넷으로 음식 주문이 된다. 동네의 어떤 식당에 배달을 시키던 통합 마일리지가 쌓인다. 거참.

세계 최고라는 분리수거, 헷갈리지만 뿌듯하다. 이런 건 우리가 선진국이지.

그렇게도 싫어하던 습기, 이제는 포근하게조차 느껴진다. 날씨가 추워도 영국 같은 뼈 속까지 시린 냉랭함은 없다. 하늘과 구름이 참 높다. 기억했던 것보다 나무가 많고, 거처인 일산에는 5년 전에 비해 나무들이 많이 자라서 이제 볼만해져 간다.

차들이 신호를 잘 지키지 않는다. 파란 불 믿고 지나가다가 열흘 동안 두 번이나 차에 치일 뻔 한다. 제 맘대로 차선을 바꾸고 깜빡이도 잘 켜지 않는다. 버스는 무시무시하게 달리고 좌회전 신호에서 얌체 운전자들이 새치기를 한다. 맞아.. 저런 게 있었지. 그래도 정지선 지키는 건 많이 나아졌네.

내가 있는 건물, 옆집에서 문을 열고 자기네 집에서 쓸어낸 먼지를 복도에다가 버린다. 젊은 여자가 개를 산책시키러 나가다가 개가 짖자 '한번만 더 짖으면 뒈진다' 라면서 머리를 퍽 때린다. 한 청년은 빨리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두 개를 다 눌러 놓는다. 편의점 계산대에 서 있는데 다른 사람이 끼어 들어 자기 우유와 과자를 먼저 계산하려 한다. 걸어가다 부딪혀도 한번 쳐다보지도 않는다.

직업이 일정하지 않은 친구 동생이 고급 승용차를 몬다. 재테크를 안 한다니 비웃음을 사고 전자제품 상가에는 40인치 이상의 납작한 티비 외에는 진열조차 되어 있지 않다. 아파트조차 브랜드 이름이 붙어 있고 어설프게 상류사회를 흉내 낸 싸구려 광고들이 넘쳐난다. '10억을 받았습니다' 운운하는 위선적인 생명보험 광고는 끝까지 보고 있기가 힘들다. 저런 것들이 필요할 만큼 삶이 공허한 걸까.

...여하튼 이제 돌아왔고 여기까지 봤다. 다시 시작이다.

Posted by administrator at November 9, 2006 05:1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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